알바를 구하다가 여의도 고급 소고기 양고기 음식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고기도 구워주고 서빙도 하는 업무였다. 시급도 최저보다 많이 주고 고기를 구워주면 팁도 주겠지? 라는 마음에 지원했다. 면접을 보고 주 3일 출근하기로 했다.
알바를 4~5개 해봤지만, 이때까지 하던 거랑 차원이 달랐다. 숟가락 놓는 방법부터 밑반찬 놓는 방법 모든 게 달랐다. 술집이나 음식점에서는 모두 빠르게 빠르게 주문을 쳐내는 것이 중요했고 서비스는 적당히 친절하면 됐다. 그런데 여기는 모든 게 손님을 위해 세팅되어 있으며 조금이라도 기분이 상하지 않게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주 사소한 포인트 (예를 들면 와사비 동그랗게 모양 만들기, 의자 배치 간격 맞추기, 토치 방향 손님 쪽으로 향하지 않기, 빈자리 치울 때 소음 내지 않기…. 등등) 들을 다 외워야 해서 암기량이 많았다. 사장님도 완전 FM이라 사소한 티클 까지 용납하지 않았다. 처음에 와서 교육받을 때 엄청나게 충격받았다. ‘뭐 이런 거 까지 신경 써?’ 하는 부분까지 다 챙겨야 했다. 그리고 모든 게 손님! 손님! 손님을 위해야 했다.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있는 사람들은 한 끼도 이렇게 대접받으면서 먹는구나!’
흙수저였던 나는 이런 고급 음식점에 처음 와봐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대학교와 병행하며 오전 학교, 오후 알바를 하던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이 힘들면 보통 부정적이고 우울한 생각만 난 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길래 이런 돈을 한 끼에 쓰며 식사를 즐기는 걸까?’ 한 끼에 내 월세를 턱턱 내는 그들을 보며 슬퍼졌다. 젤 슬펐던 건 그들이 음식이 맛있어서 가격 생각 안 하고 추가 주문한다는 것이다. 가족끼리 마음먹고 조금 비싼 식당에 가면, 나는 맛있다고 더 먹기보다 거기서는 맛만 보고 나와서 배를 채웠다. (미련한 거다.) 그리고 동생이 자꾸 눈치 없이 더 시키면 그냥 먹지 왜 자꾸 더 시키거나 비싼 세트를 시키는 걸까 하며 속으로 아니꼬운 생각이 들었다. 먹는 거로 그랬던 내 자신이 너무 치사해지고 비싼 음식을 추가 주문하는 그들과 대비되며 초라해졌다. 미안했다. 눈물이 핑 돌아서 잠시 코를 훌쩍였다.
더 열심히 살아서 이런 곳에서 알바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곳에서 식사와 일상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타인들의 돈과 관련한 행동을 짠순이인 나의 행동과 비교하면 나는 항상 슬퍼진다. 나는 저가 커피 갈 때도 저렴한 기프티콘을 사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부자가 되어도 이런 생활 습관은 못 바꿀 것 같다. 돈도 써본 사람들이 쓰는 거다.
그래도 이런 곳에서 일하게 되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확장되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 위치는 일시적이고 나는 올라갈 곳만 있으니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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